줌으로 만난 미국에 계신 우리 교민 문인들
이승하
2024. 2. 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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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7일 오전 11시에 미주한국문인협회 오연희 회장님의 초대로 줌으로 특강을 했습니다. 무려 100명이나 참가하여 깜짝 놀랐는데 이 인원도 100명 제한을 두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아 정말 얼마나 반갑던지. 특히 20년 전에 미국에 갔을 때 뵈었던 이용우 이사장 님과 조옥동 시인의 모습을 20년 만에 뵙고 줌 화면으로의 만남이 아니라면 와락 껴안고 싶을 정도로 반가웠습니다.
저는 2004년, 2005년, 2009년, 2016년 네 차례에 걸쳐 미국에 가서 여러 문인들과 만남을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계간 미주문학』의 시 계간평 연재를 몇 년 하니까 미주문인협회 회원들께서 저를 만나고 싶다고 해서 2004년과 2005년에 여름문학캠프에 초청을 받아 갔었지요. 장소가 '꽃동네'라고 일컫는 곳이었습니다. 그때 오연희 선생님도 뵈었는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조금도 나이가 안 들었으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머리가 다 빠지고 머리가 많이 세었는데 오 회장님은 곱기만 해서 안 늙는 무슨 비결이 있는지 듣고 싶었습니다. 오메가3 뭐 이런 것을 드시나?
2009년에는 미주시문학회에서 저를 초청해서 4년 만에 다시 갔었습니다. 송석증, 최석봉 님과 그때 데스밸리 여행을 1박 하면서 했었는데 밤하늘에 별이 하도 많아서 별을 보느라 밤에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제게는 그 밤이 아주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2016년에는 제가 회장으로 있던 한국문예창작학회에서 한미번역문학가협회(회장 이원택)와 공동으로 LA 한국교육원에서 국제문학세미나를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암튼 20년 전에 여름문학캠프에 갔을 때는 회장님이 미주문인협회를 만든 소설가 송상옥 선생님이었습니다. 이성열 시인께서 이번에 이병주국제문학상 대상을 받아 만날 꿈에 부풀었는데 몸이 불편해서 경남 하동에서 행해진 시상식장에 오지를 못했습니다. 다행히 금방 퇴원을 하셨다고요.
20년 전 그때 여름문학캠프장에서 뵈었던 고대진, 곽상희, 구자애, 기영주, 김경용, 김동찬, 김우영, 김병현, 김산, 김신웅, 김영교, 김옥례, 김인자, 김준철, 박영호, 변재무, 송석증, 석상길, 석정희, 신덕재, 안선혜, 오영복, 이병호, 이성열, 이용애, 이윤홍, 장태숙, 장효정, 전재욱, 정어빙, 정찬열, 조영철, 조옥동, 차신자, 채수옥, 최경락, 최락완, 최석봉, 최선호, 한길수, 홍인숙 님 등이 생각납니다.
제가 지금까지 시집 해설이나 서평을 썼던 분은 마종기 시인 외에 곽상희, 박만영, 석상길, 송석증, 윤영범, 조옥동, 정국희, 정미셸, 차신재, 한길수 같은 분이었습니다. 박만영, 송석증, 석상길 선생님은 돌아가셨지요.
줌으로 특강을 하면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미국에서 살면서 한글로 문학작품을 쓰고 있는 교민인데, 여러분들이 갖고 있는 최대의 강점은 지금 미국에서 살고 있다는 바로 그것이라고 했습니다. 재미교포 중에 고생하지 않은 분은 아마 한 분도 없을 겁니다. 모두 이민을 결심하는 과정, 준비하는 과정, 이민 가서 정착하는 과정에서 온갖 고생을 다했기에 모두 이야깃감을 한 보따리씩 갖고 있을 것이라고, 그 자산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고향에서의 추억에 연연하면 회고담밖에 더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말도 했습니다. 문학은 결국은 자기고백이라고. 내가 갖고 있는 온갖 사연들을, 아픔들을 얘기하고 싶어서 문학을 하는 것이라고. 하루하루 살기가 편하다면 뭐하러 문학을 하겠습니까.
그런데 문학은 언어로 하는 것! 교민 여러분이 살아가는 사회는 영어를 사용하는 곳이 아닙니까. 바로 그 미국에서 모국어로 글을 쓴다는 것은 어찌 보면 모순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또 큰 장점일 것입니다. 우리나라 말, 한글에 대한 애정이 국내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이들보다 훨씬 강하다는 장점을 교민 여러분들은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하고 싶은 말은 하지 못했습니다. 재미교포 시인들의 최대의 약점ㅡ발전이 없다는 것이지요. 입이 달싹거렸지만 차마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읽었던 『계간 미주문학』에 실린 시의 수준이 근년 『계간 미주문학』에 실려 있는 시의 수준과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아니, 전반적인 수준이 시의 경우는 더 낮아졌습니다.
그 이유는 평가가 없기 때문이지요. 『계간 미주문학』에는 서평이건 계간평이건 평은 아예 없습니다. 오직 작품만 발표하는 동인지입니다. 이용우 이사장님께 제가 여러 번 건의를 드렸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 여러분의 여린 마음임을. 지난 겨울호에 30명 회원이 시를 실었고 6명이 시조, 1명이 동시를 실었습니다. 계간평을 누가 쓴다고 합시다. 10명 시인의 시에 대해 평을 하면 나머지 20명 시인은 서운함을 느낍니다. 칭찬 일변도로 쓸 수는 없기 때문에 7명의 시인에 대해 칭찬을 하고 3명 시인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개선점을 말하면 그 세 분은 한을 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칭찬해주기만 기다리면 발전이 있을 수 없습니다. 이런 말을 하리라 벼르고서 줌 회의장에 들어갔는데 여러 교민 문인들 얼굴을 보니 이 말을 하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작품 10여 편에 대한 소감만 말하고 말았습니다.
너무너무 죄송한 얘기지만, 최근에 105호를 낸 『계간 미주문학』에 발표되는 한글로 쓴 시와 수필과 시조와 소설은 어찌 보면 양국 모두에서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옛 추억만 더듬고, 추억담이 절실한 그 무엇을 전해주지 못하면 젊은 세대가 싫어하는 '라떼'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한글로 글을 쓰는 분들이 이제는 한국문단을 해바라기처럼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작가를 발굴하고, 문학적 담론을 끌어내고, 도전적인 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한국의 문예지도 보고, 시집과 수필집, 소설집도 구해서 읽어보고 말이지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저는 해외 교민들의 한글 창작 작품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고생담이어서 절실하거나, 울림과 떨림을 전해주는 작품 앞에서 전율할 때가 있었습니다. 사람은 질책을 받으면 기분은 나쁘지만 분발하게 되지요. 저는 해외에 나가 있는 교민들이 더욱 큰 의욕을 갖고 창작에 임하도록 돕는 도우미의 역할을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아아, 그런데 이런 말을 할 기회를 갖지 못하니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평을 쓰겠다고 몇 번이나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제는 제 관심의 방향이 탈북자, 장애인, 재소자 들의 문학작품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줌으로 교민 여러분들을 만나니 '나라도...'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상하게도, 아픔이 있는 사람의 작품에 관심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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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하 교수님 블로그 보러가기-->https://m.blog.naver.com/shpoem/223347558442
이승하 교수님께 대학원 강의 들었어요
“가족사”가 너무도 처절하신 분인데 다 드러내시고 언제나 밝으신 이승하 교수님
저 아직도 버벅거리고 있어요, 교수님…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