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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남긴 것은/박진희
환자들을 얼마간 돌보다 보면 죽음이 며칠 남지 않은 그들을 어느 정도 알아챌 수 있게 된다. 코마상태가 길어지는 경우엔 소변량이 현저히 줄어들고 몸이 붓거나 피부가 짙은 보라색을 띠기 시작한다. 가족이나 지인조차 찾아오지 않는 의식불명의 환자는 좀 더 빠르게 죽음이 찾아올 수 있다. 내 환자 중의 한 옆 방에 John이란 환자가 있었다. 그에게 새겨진 온몸의 문신이 실제로 튀어나와 날뛰며 그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 같아 처음 봤을 때는 나의 머리칼이 곤두서고 소름이 돋았다. 큰 키에 근육질 몸매의 30대 후반의 백인 남자. 숨은 쉬고 있었지만 뇌사상태여서 어떤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그의 방에서 수액주사가 끝났다는 기계소리가 시끄럽게 연신 울렸으나 그의 간호사는 번번이 나타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내가 자주 들여다 보게 되었다. 며칠을 그렇게 보냈는데 그가 곧 이 세상을 떠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가족이나 연인이 자신을 찾아 주길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 안타깝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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