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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2025년 5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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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인회, 김이듬 시인 초청 온라인 특강 김이듬 시인 워싱턴 문인회(회장 강혜옥)가 김이듬 시인(사진)을 초청한 문학 강연을 마련한다. 구글미팅 온라인(meet.google.com/cvs-koec-qyw)으로 15일(목) 오후 7시 시작될 특강은 ‘시를 살아가는 몇 가지 방식’의 주제로 진행되며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란 김이듬 시인은 부산대학교 독문학과 졸업 후 경상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2001년 계간 ‘포에지’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2020년 시집 ‘히스테리아’ 영미 번역본으로 아시아 작가 최초로 미국문학번역가협회 전미번역상과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을 동시 수상했다. 김달진문학상, 22세기문학상, 김춘수시문학상, 양성평등문화인상 등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출강하고 있다. 문의 shyoon25@gmail.com <정영희 기자> ‘시를 살아가는 몇 가지 방식’ - 미주 한국일보
[한국일보]‘시를 살아가는 몇 가지 방식’ 김이듬 교수 강의 conten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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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2025년 5월 03일
[한국일보] 공학의 글, 문학의 글 _최규용 교수 특강  conten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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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2025년 4월 22일
In 열린 게시판
최연홍 시인의 딸인 조이스 최(왼쪽)씨와 백순 고문(오른쪽)이 김레지나 수상자에게 상패와 상금을 전하고 있다. 눈부신 봄날에 글로 세상을 빛낸 최연홍 시인을 그리워하고 그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제4회 최연홍 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다. 지난 20일 설악가든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올해의 수상자인 김레지나 수필가에게 2천달러의 상금과 상패가 수여됐다. 수필가로는 첫 수상자이며 수상작은 ‘엄마가 타는 유모차’, ‘유리창 너머’, ‘여우와의 화해’이다. 최연홍 문학상 운영위원회의 권귀순 대표는 초청사에서 “최연홍 시인은 워싱턴 지역의 문학적 ‘상징’으로 최 시인이 세상을 떠나며 잘 차려준 밥상과도 같은 문학상은 우리의 축복이자 자랑이다. 그의 문학정신을 잘 계승해 한 걸음 더 나아가고, 문인 모두의 잔치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양희 심사위원은 “김레지나 작가는 등단 후 15년간 수필을 연마한 작가로 삶 자체가 수필인 겸손한 사람”이라며 “솔직 담백한 작품들이 위로와 잔잔한 감동을 준다”고 평했다. 수상소감에서 김레지나 작가는 최연홍 시인과의 만남을 회고한 후 “최 시인이 1990년에 뿌린 씨앗이 이제 문학의 숲을 이루고 있다. 문학은 우정으로 크고 사랑으로 공고해지는 참나무와 같다. 모두의 마음속 참나무 한 그루를 가꾸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워싱턴문인회 김영기 고문은 “순수한 마음, 부드러운 문구, 창의성이 있는 수필로 울림을 주는 김레지나 작가의 작품들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 녹아 있는 최연홍 시인의 문학과 맥을 함께 한다”고 축사했다. 이영묵 포토맥포럼 회장과 문인회 강혜옥 회장도 “파토스(열정)와 로고스(논리)가 잘 어우러진 수필을 통해 따뜻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며 한 목소리로 축하를 전했다. 문인회 정혜선 시인이 사회를 본 시상식은 김인식 시인의 여는 시(최연홍의 ‘숲속의 기도’)로 시작돼 최연홍 시인 약력 소개(서윤석), 격려사, 축사, 축하연주(타이코씨의 첼로연주 바흐의 아리아, 생상의 스완), 수상작 낭독(최은숙), 심사평, 시·수필 낭송(김은영, 이영미, 김미원) 등으로 진행됐다. 시상식 참석차 뉴욕에서 온 최연홍 시인의 딸 조이스 최씨는 “4월22일이 아버지 생신이다. 아버지를 추억하며 그가 남긴 레거시를 새기는 의미있는 문학상을 통해 아버지의 삶과 시정신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며 눈물을 보였다. 행사는 한국일보, 워싱턴문인회, 윤동주문학회, 포토맥 포럼이 후원했다. <정영희 기자> “마음속 문학의 참나무 한 그루 가꾸길” - 미주 한국일보
[한국일보_김레지나 수필가 최연홍문학상 수상] “마음속 문학의 참나무 한 그루 가꾸길” conten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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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2025년 4월 14일
In 열린 게시판
“한국어 무대 도전, 그 자체가 감동” 나의 꿈 말하기 대회 참가학생들과 심사위원들 재미한국학교 워싱턴협의회(회장 정광미)가 지난 5일 성 정바오로한인성당(하상한국학교)에서 개최한 시낭송 대회, 동화구연 대회, 나의 꿈 말하기 대회에 총 265명의 학생이 참가해 경합했다. 이번 대회에는 메릴랜드와 버지니아 지역에 산재해 있는 25개 한국학교에서 265명의 학생과 심사위원, 도우미 교사, 학부모 등 500여 명이 함께 해 한국어 교육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었다. 정광미 회장은 환영사에서 “영어가 모국어인 학생들이 한국어로 무대에 서는 도전은 그 자체로 큰 감동이며,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대회장소를 제공한 이 성당의 배하정 주임신부는 축사에서 “한인 차세대들을 위한 뜻깊은 행사에 장소를 제공할 수 있어 감사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구영실 워싱턴 한국교육원장은 “학생들이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이 무척 감동적이었다. 대회를 통해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인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나의 꿈 말하기 대회’에서는 임준(벧엘한국학교) 학생이 ‘나의 꿈, 나의 희망·수영선수’를 제목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임준 학생은 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수영을 통해 성장한 과정, 롤모델 마이클 펠프스를 통해 배운 도전정신, 앞으로의 다짐 등을 진솔하게 발표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임준 학생은 워싱턴협의회 대표로 NAKS 학술대회에서 열릴 전국결선에 나간다. 대회에서는 임준 학생을 비롯해 총 19명의 학생이 최우수상(김하은·박지민·정로이·김라엘·이마루샨·이필립·김민지·성하솜·장샛별·김종현·유갈렙·최다인·공준서·킬스비래나·강이레·천예나·유찬희·김지우), 우수상 45명, 192명이 장려상에 선정됐다. 이번 대회의 상금은 워싱턴 문인회(회장 강혜옥), 동화구연대회를 창설한 황오숙 전 협회장, 문일룡 자문위원의 후원으로 마련돼 의미를 더했다. 각 학교별 시상은 개별적으로 진행되며, 전체 온라인 시상식은 19일(토) 오후 7시 개최될 예정이다. <정영희 기자> “한국어 무대 도전, 그 자체가 감동” - 미주 한국일보
 [한국일보] 워싱턴한국학교협, 시낭송 등 3개 대회 conten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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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2025년 4월 14일
In 신문에서 읽은 회원 작품
▶ - 엔도 슈사쿠의 『깊은 강』을 읽고 『깊은 강』은 『침묵』의 저자인 엔도 슈사쿠(1923-1996)의 나이 일흔에 병마와 싸우며 쓴 마지막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의사로부터 아내의 암 선고를 듣는 이소베의 경우로 시작된다. 갑자기 아내가 세상을 떠나자, 그에게 지금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허허로움이 밀려온다. “여보,” 그는 불러보았다. “어디로 간 거야?” 아내가 살아 있을 때는 이토록 절실한 기분으로 불러본 적이 없다. 그녀가 죽기까지 그는 대부분의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일에 열중하고 가정은 등한시했다. 애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인생이란 우선 열심히 일하는 것이며 그런 남편의 모습을 아내 또한 좋아하리라 생각해 왔던 것이다. 아내가 죽기 직전에 남편에게 유언하기를 이 세상 어딘가에 반드시 다시 태어날 테니 꼭 찾아달라고 한다. 그때부터 이소베는 삶과 죽음의 윤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그 무렵 인도의 바라나시 근처에 사는 한 소녀가 전생에 일본인으로 살았다고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이소베는 틀림없이 죽은 아내가 그곳에 환생한 것이라 믿고 그 소녀를 만나기 위해 인도로 떠난다. ‘이소베의 경우’처럼 미쓰코, 누마다, 기구치, 오쓰의 경우에 대해서도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각자의 스토리가 전개된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이들은 인도 단체 여행을 계기로 서로 알게 된다. 미쓰코의 경우, 대학 시절에 가톨릭 신자였던 오쓰를 유혹해서 그가 믿는 신 따위는 내다 버리라고 골려 주다가 그를 버린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혼했으나 삶의 공허를 견디지 못해 이혼한 후 신부가 된 오쓰를 찾아 인도에 온다. 누마다의 경우는 부부라 해도 서로 용해될 수 없는 고독이 있음을 결혼 생활을 지속하면서 경험한다. 만약 인간이 진심으로 이야기 나누는 대상을 신이라 한다면, 그에게 신은 애완견이었던 검둥이이거나 그가 병으로 죽음의 고비를 넘길 때 가장 큰 힘이 되어 준 구관조였다. 기구치의 경우는 태평양 전쟁 때 미얀마에서 살아남기 위해 죽은 동료의 인육까지 먹어야 했던 처참한 상황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이렇게 저마다의 슬픔을 가슴에 묻고 사는 그들은 삶과 죽의 의미를 찾아 인도로 간다. 주인공인 오쓰는 대학 시절, 미쓰코에게 희롱당한 아픈 상처를 안은 채 신학도의 길을 선택한다. 훗날 그는 다시 만나게 된 그녀에게 “내가 신을 버리려 해도… 신은 나를 버리지 않습니다. 당신한테 버림을 받았기 때문에, 나는… 인간에게 버림받은 그 사람(예수)의 고뇌를…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라고 말한다. 그는 범신론자라는 이유로 실패한 신부지만 힌두교의 이슈람(수도원 같은 곳)에서 그를 받아줘서 화장터로 시신을 나르는 일을 한다. 진실로 그(예수)가 우리의 병고를 짊어진 것처럼, 아름답지도 않고 위엄도 없는 모습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슬픔이 그의 등에 업혀 이 ‘깊은 강’으로 향했을까. 오쓰는 그들이 누군지 어떤 과거를 지녔는지 모른다. 그가 알고 있는 건 그들이 하나같이 이 나라에서는 아웃 카스트(인도의 카스트제도에서 최하위 계급에도 들지 못하는 사람들)이며 버려진 계층의 사람들이라는 사실뿐이다. 이 소설은 작가가 1971년 인도를 여행한 후에 쓴 글이다. 그는 ‘환생’에 대한 인간의 간절한 염원을 보여주기 위해 갠지스강을 상징적으로 택했다. 사람들이 죽은 뒤, 그곳에 뿌려지기 위해 모여드는 강, 이 ‘깊은 강’은 그런 죽은 자들을 품에 안고 묵묵히 흘러간다. 그곳에 가면 사람마다 각자의 아픔을 짊어지고 이 강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강 가까이 간신히 당도했다가 길가에 쓰러진 사람들도 많다. 시신마다 인생의 괴로움과 눈물로 얼룩져 있다. 사람들의 삶이 어떠했든, 아웃 카스트의 빈민도, 수상이었던 인디라 간디도, 신분과 상관없이 모든 이들의 재를 품어 안고 흘러가는 갠지스강, 그곳에서 비로소 이 세상이 줄 수 없는 진정한 평화를 느끼는 사람들을 보면서, 각자의 상처를 안고 인도로 여행 온 그들은 강한 인상을 받는다. 작가는 『깊은 강』의 등장인물들을 통해 종교의 장벽을 넘어 모든 이들이 공유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 보이려고 했다. 그는 ‘오쓰’를 통해 신이란 인간 밖에 있어 우러러보는 게 아니라 바로 우리 인간 안에 있으며 인간과 수목과 화초도 감싸는 거대한 생명이라고 정의한다. 신부 자격을 얻기 위한 구두시험에서도 신은 유럽의 교회뿐만 아니라 유대교에도, 불교에도, 힌두교에도 계신다고 믿는다는 자신의 신념을 피력한다. 엔도는 1966년, 17세기 일본 막부의 혹독한 기독교 탄압에 맞선 포르투갈 선교사의 배교를 정면으로 다룬 『침묵』으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으나 좌절되었다. 이 책은 세계 13개국 언어로 번역된 화제작이 되었고 20세기 기독교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깊은 강』을 집필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가 스스로 말했듯이 일본의 진흙 늪에 자신이 고른 종교의 씨앗을 심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생을 마친 흔치 않은 작가였다. 그가 죽거든 관 속에 『침묵』과 『깊은 강』을 한 권씩 넣어 달라고 했고, 잠들어 있는 엔도의 곁을 지금도 두 작품이 지키고 있다. 탁 트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나가사키 소토메 마을에 엔도 슈사쿠 문학관이 있다. 그곳의 한 귀퉁이 작은 돌에 새겨진 엔도의 글귀인 “인간이 이토록 슬픈데, 주여, 바다가 너무도 푸르릅니다.”라고 새겨진 침묵의 비가 있다. <유양희 워싱턴 문인회> 생의 저편으로 흐르는 강 - 미주 한국일보
[유양희]생의 저편으로 흐르는 강 conten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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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2025년 4월 07일
In 열린 게시판
https://linkareer.com/activity/234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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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2025년 4월 06일
In 열린 게시판
황안 시인께서 무대에 서십니다. 다과와 함께 칸타타의 봄밤을 즐겨보세요~
아름다운 칸타타를 즐기는 밤!  conten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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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2025년 4월 06일
In 열린 게시판
한글학교 선생님들과 심사위원들 2025년 4월 5일 치우러진 ‘시 낭송, 동화 구연, 나의 꿈 말하기 대회’에 워싱턴 문인회 문인들 및 지역의 문인들, 교육자들이 모여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 한국 문화와 글을 배우는 아이들 모습을 보며 감동하며, 앞으로의 더욱 밝은 미래를 전망했다. 어린이들과 학부형들,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한국학교 시 낭송, 동화 구연, 나의 꿈 말하기 대회  conten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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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2025년 4월 06일
In 신문에서 읽은 회원 작품
영하의 출근길, 신호등에 멈춰 건너편 숲을 보니 빈 나뭇가지들 사이에 새벽달이 걸려 있다. 일월의 보름달, 울프문(wolf moon)이다. 눈에 갇힌 배고픈 늑대들이 한겨울의 보름달을 향해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북미 인디언들이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어젯 밤 한 살 반짜리 손녀를 안고 창 너머로 올려다 보던 그 달인데 밤 사이 창백해져 있다. 해와의 거리가 멀어진 까닭이리라. 신호등이 바뀌어 좌회전을 하고 다시 만난 신호등에서 또 한번의 좌회전을 하면서 보니 멀리 동편 숲으로 빠알간 해가 떠오르고 있다. 동쪽으로는 색을 터트리며 떠오르는 해가 있고 서쪽으로는 색을 잃어버리고 고요히 지는 달이 있다. 고속도로로 접어든 후 가속페달을 밟으면서도 서쪽으로 이울던 달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새벽의 같은 풍경 속으로 출근한 지 이십오 년이 넘어가고 있다. 늘 같은 방향에서 떠오르는 해를 만나고 숲을 지나 큰길을 잠시 타다가 다시 작은 길로 빠진다. 같은 길에서 같은 사물과 풍경을 만나는데 그것들을 스치면서 드는 생각이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부유하듯 떠오르는 해를 보면 일몰의 풍경이 겹쳐 떠오른다. 촘촘히 뚫고 나오는 싹의 오묘한 발아가 연두의 숲을 채우는 걸 바라보면서 동시에 그것들을 다 떨구고야 말 빈 숲의 정적이 미리 느껴진다. 물론 나이 탓이리라. 새벽의 텅 빈 상가 건물 파킹랏으로 들어선다. 불이 켜진 곳이라고는 코너에 있는 베이커리와 우리 세탁공장뿐이다. 보일러실 연통에서 나오는 연기가 되직한 걸로 보아 이미 두어 탕 정도의 드라이머신이 돌아간 후인 것 같다. 공장 안으로 들어서니 프레서들이 구석 원탁에 둘러앉아 아침을 먹고 있다. 플랜테인 튀김을 먹는 야렛과 루뻬는 멕시코 출신이다. 페루에서 온 휠로메나는 아침부터 빠차망카를 먹고 있다. 작은 키에 땅딸한 몸매, 지게 놓고도 A자를 모르는 영어 실력이지만 사는데 큰 지장은 없어 보인다. 셔츠 다리는 일을 끝내고 나면 건물 청소를 하러 똥줄기가 빠지게 내빼는 뒷모습이 귀여운 친구다. 프레서 중 유일한 남자인 호세는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일어서더니 바지 다리기에 열중이다. 날쌘 그의 손 끝으로 다려낸 바지에서 김이 난다. 처음 이 사업을 할 때 블라우스를 다리던 분은 한국분이셨다. 며칠 전에 그분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기별을 받았다. 오랜동안 세탁업을 하다보니 가끔 단골손님들과도 영원한 이별을 한다. 배우자로부터 듣기도 하고 자식들이 찾아와 부모님의 세탁비를 지불하면서 정중하게 도네이션을 부탁하기도 한다. 직원이었던 분이, 그것도 힘든 프레스를 하시던 분이 세상과 작별하셨다는 소식은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분이 쓰시던 낡은 프레스 기계를 자꾸 쳐다보게 만들었다. 캐쥬얼화되는 복장과 팬데믹 이후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로 세탁업은 쇠락해 가고 있다. 한국인의 깔끔한 근성은 세탁업과 잘 맞았다. 다림질로 시작한 윗세대들의 기반이 경영으로 이어졌고 큰도시 대개의 세탁소들은 한국인들이 하고 있다. 공장 뒷켠 어딘가의 공간에서 먹고 자란 아기들도 있었다. 학교가 파하고 나면 그 자리에 작은 탁자 하나를 놓고 숙제를 하던 아이들은 이제 모두 성장했다. 미국의 공교육과 삶의 현장교육을 병행해 받고 자란 그들은 이제 이 나라의 튼튼한 주류 직업군으로 스며들고 있다. 유대인이나 이탈리아인들에게서 넘어온 이 사업은 이제 다른 민족에게 넘어갈 수순으로 보인다. 루뻬가 노래를 부른다. 말수가 없는 그녀의 원래 이름은 와다루뻬이다. 그녀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오후가 되었다는 뜻이다. 고된 노동의 지루함으로부터 해방되는 방법으로 그녀는 주술처럼 노래를 부른다. ‘새벽녘 날은 밝아오는데 나는 달리고 있었죠 태양빛이 물들기 시작하는 하늘 아래로. 태양이여, 내 모습 드러나지 않게 해다오. 이민국에 드러나지 않게 해다오. 어디로 가야 하나 어디로 가야 하나‘ 돈 데 보이로 시작한 그녀의 노래는 빠른 템포의 라쿠카라차로 넘어간다. 생존력의 노래, 바퀴벌레라는 천시받는 존재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드러낸 역설의 노래 라쿠카라차를 부르는 그녀의 손이 점차 빨라지고 있다. 옷의 얼룩과 구김을 없애주는 곳이 세탁소이다. 어제의 나쁜 흔적을 지우고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향해 꿈꾸며 나갈 수 있도록 채비를 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계절과 관계없이 뜨거운 열기 속에서 일을 한다. 사우나를 방불케 하는 환경 속에서도 누군가의 꿈을 다려주기 위해 뜨거운 다리미들이 움직인다. 불필요한 물질의 미립자가 섬유에 튀어 들어가 만드는 것이 얼룩이다. 얼룩은 묻은 즉시 제거하는 것이 좋다. 부드럽게 다뤄야 사라진다. 대개의 얼룩은 씨실과 날실 사이로 미세하면서도 강한 물바람을 분사시켜 털어낸다. 케미컬을 바른 다음 가볍게 두들기며 달래서 제거하기도 한다. 어떤 케미컬에도 녹지 않고 섬유에 얽혀 들어가 한사코 빠져 나가기를 거부하는 얼룩이 있다. 불용성 얼룩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의 삶에도 가끔 얼룩이 생긴다. 그 얼룩이 침착해 자리를 잡기 전에 무언가 부드러운 대상을 만나 지워내야 한다. 사소한 얼룩도 지우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나면 가장자리가 선명해지고 짙어져 불용성이 된다. 가슴 밑바닥으로 가라앉아 삶을 무겁게 만든다. 삶의 불용성 얼룩을 지울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섬유에서 얼룩을 빼는 방법처럼 사랑으로 용해시킨 다음 토닥여주는 포용만이 그 얼룩을 없앨 수 있으리라. 오늘 밤에도 울프문은 다시 떠오를 것이다. 지상의 가난한 것들에게 자신의 온기를 나눠주고 사라질 것이다. 오래 전 리오그란데 강을 건너온 루뻬가 잠든 지붕 위에도, 아홉식구 한집에 사는 야렛네 지붕 위에도 그 달빛은 앉았다 갈 것이다. 달은 칠십이 다 된 어깨로도 누군가의 꿈을 다려주며 고단한 생을 사셨던 그분의 묘지 위에 오래 머물 것이다. 노오란 제 살을 다 풀어 담요처럼 덮어주고 한참을 앉았다 갈 것이다. <김용미 워싱턴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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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2025년 4월 06일
In 신문에서 읽은 회원 작품
이월이 되면 문득 흥얼거려 보는 노래가 하나 있다. 나이 들면서 하강속도가 빨라져버린 기억력의 끈을 툭 끊고 튀어나오는 한 소절의 노래가 참 뜬금없다. 허술한 햇빛이나 메마른 바람이 부는 이월의 풍경과 연계되어 찾아오는 것 같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로 시작되는 졸업식 노래이다. 윤석중 작사의 이 노래는 중년 이후의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노래이다. 각 학교의 졸업식은 이월의 말미에 치러졌다. 바람의 악기인 풍금의 전주가 흐르고 나면 첫 절은 재학생이 부르고 두 번째 절은 졸업생이 불렀으며 마지막 절은 함께 불렀다. 여지없이 눈물이 동반되는 노래였다. 내가 졸업한 작은 산읍의 초등학교에서는 그 졸업장 하나가 유일한 것인 아이들도 많았다. 냇물이 바다에서 다시 만나듯 우리들도 이 다음에 다시 만나자는 마지막 소절은 어린아이들에게 추상적인 가사로 여겨졌다. 다시 만날 수 없으리라는 뜻으로 풀이되었다. 졸업장 하나를 돌돌 말아 쥐고 우리들은 헤어졌다. 이별이 무엇인지 이별의 인사는 어떻게 하는지조차 알지 못했던 아이들은 학교 앞 삼거리에서 열없는 표정으로 헤어졌다. 아니 흩어졌다는 말이 맞을 거다. 몇몇은 나와 함께 냇물 건너 들판길로 접어들고 더러는 신작로를 따라 더 걸어가다 이쪽 저쪽 산기슭이나 들판으로 나뉘어 갔다. 한참을 걷다가 들판을 훑어보면 저 멀리 친구들의 모습이 가뭇이 멀어져가는 게 보였다. 일곱 살의 나는 초등학교 교사이신 아버지를 따라 그 산읍으로 갔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고요한 동네였다. 풍경과 풍경 사이에는 물이 흐르고 있었고 그 물 따라 조붓한 길들이 따라다니는 곳이었다. 발바닥 밑으로 납작한 질경이가 밟히던 그곳에서 내 감각의 원초가 만들어지고 지각의 뿌리가 내려졌다. 삶은 무수한 사라짐 위에 세워지는 것이었지만 그 들판이나 초가들이 만든 풍경은 내 가슴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제 그 흙길도 초가도 거기 없다는 것을 확인했는데도 여전한 풍경으로 남아 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사해 간 읍내는 백마강이 휘돌아 나가는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강물이 흘러 바다로 가듯 도시로, 다시 더 큰 도시로 옮겨가며 살던 나는 마침내 태평양 건너의 땅으로 옮겨와 늙어가고 있다. 몇 년 전 내게 냇물이 바다에서 다시 만나는 일이 일어났다. 그때도 이월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바느질하는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가 나간 직후이기도 했다. 겨울 저녁나절의 성근 햇빛을 등에 지고 낯선 사람이 출입문을 열고 들어왔다. 몇마디 대화가 오가면서 느린 말투와 단조로운 억양으로 보아 충청도가 고향이라는 것 정도는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고향과 나이를 묻는 우리네 촌스런 정서의 수순을 밟았다. 나이와 동네 이름이 밝혀지는 순간 끼익, 하고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완행버스 한 대가 두 사람 앞에 멈추어 섰다. 묻고 대답하는 사이 그 버스는 기억의 공통분모를 모터 삼아 덜컹거리며 산모퉁이를 끼고 내달렸다. 겨우 한 학년에 두 반뿐이었던 그 산읍의 작은 초등학교에서 같이 공부한 동창이었다. 무채색의 이월 들판에서 왼쪽 풍경으로 점점이 멀어지던 친구였다. 말수가 적던 친구였다. 반백 년이 지나 만난 초로의 두 아줌마는 서로의 얼굴이 낯설어 갸우뚱거리며 쳐다보기를 반복한 뒤 껴안았다. 그날 이후 친구와 나는 같은 천장 밑에서 일을 하며 마저 늙어가고 있다. 친구는 졸업하자마자 서울로 올라가 열세 살부터 바느질을 배우기 시작했다. 손으로 하는 스티치가 재봉틀보다 더 섬세하다. 친구는 영어 대신 따뜻한 미소와 손짓으로 손님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늘 고개 숙이고 앉아 손님에게 맞는 사이즈로 변형시켜 주고 한땀 한땀 정교한 솜씨로 옷의 상처를 매만져 주는 일에 행복해 한다. 오전 일과가 끝나고 나면 같이 점심을 먹는다. 조개탄 난로에 덥힌 밥을 먹은 뒤 오십 년만에 다시 나눠 먹는 밥은 달고 재미지고 눈물난다. 솜씨 좋은 친구는 맛난 반찬을 내 밥 위에 얹어주며 전설따라 삼천리에 버금가는 유년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는 누구나 처음에는 냇물의 시간을 살았을 것이다. 도돌이표처럼 맴도는 송사리떼가 살던 냇물은 바닥을 내보이며 흘러가는 순한 물길이었다. 큰비가 내리면 길을 잃기도 했지만 물풀에게 말 걸고 돌멩이들에게도 길을 내주며 돌돌돌 소리 내며 흘러갔다. 돌이켜보면 삶은 좁은 냇물이 더 큰 물살에 합해져 강이 되었다가 향방 모를 바다로 가는 여정과도 같은 것이었다. 강은 깊어가는 것을 목적으로 냇물들이 싣고 온 저마다의 기척을 가라앉치며 흘러갔다. 마침내 다다른 넓은 바다는 서로 다른 물끼리 이입되어 개별성을 잃어버린 채 뒤척이는 곳이었다. 지금 나는 하루에 한번씩 하늘과 맞닿은 경계에 석양의 붉은 위로가 내려앉을 뿐인 무료한 바다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지나간 시간이 그리우면 가끔 해안으로 밀려가 무언가에 부딪쳐 포말을 만들어 본다. 농담처럼 산 중턱으로 내려앉는 산안개나 빗줄기 같은 시원을 상상해 보며 하늘 가장자리로 하얀 포말을 쏘아 올려 본다. 다시 이월은 찾아왔고 차갑고 마른 바람이 불고 있다. 며칠째 떠나지 않고 맴을 도는 저 바람은 혹여 반백 년 전 그 들판에서 우리의 머리칼을 지나간 그 바람이 아닐까? 두 줄기 냇물이 다시 만났다는 풍문을 듣고 찾아온 걸까? 헐거운 저녁 햇빛이 안녕을 고하려는 시각, 오늘도 친구는 돌돌돌 그 속내 깊던 냇물 소리를 흉내내며 재봉틀을 돌리고 있다. <김용미 워싱턴문인회>
[김용미]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conten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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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2025년 4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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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년만에 세 번째 시집 권귀순 시인과 세 번째 시집 ‘Blister’표지. 섬세한 감성으로 아침이슬처럼 투명한 시를 써 온 권귀순 시인(락빌, MD)이 세 번째 시집 ‘Blister(물집)’을 펴냈다. 첫 시집 ‘오래된 편지’(2002년) 이후 15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시집 ‘백년 만에 오시는 비’(2017)에 이어 8년만에 나온 작품집으로 첫 영한시집이기도 하다. 작품 번역은 애나 김-부스가 맡았다. 이번 작품집은 지난 2020년 제 2회 배정웅문학상을 수상하며 부상으로 받아 발간됐다. 배정웅문학상은 시 전문지 ‘미주시학’(발행인 정미셸)이 선정하는 것으로 권 시인은 대표작 ‘물집’ 등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었다. 작품집에는 대표작 ‘Blister 물집’을 비롯해 ‘꽃의 미학’, ‘이슬에 너도밤나무 들 듯이’, ‘슬픔의 사서함’, ‘누가 목련나무를 심고 있네’ 등 총 34편이 영어와 한글로 실려있다. 서문에서 권 시인은 “문학은 꽃이다. 고뇌를 기르고 자라게 한다. 시의 씨앗이 보이지 않을 때, 물 한 방울 없이 목마름에 시달릴 때, 텅 빈 하늘이 더이상 행복하지 않을 때, 절망과 초연함을 느낄 때, 기적이 작은 구름처럼 찾아와 비를 쏟아내 주었다”라며 “문학은 고통에서 자라는 꽃이다. 깊고 아름다운 꽃들 속에 더 오래 머물고 싶다”고 말했다. 워싱턴 문인회 회장과 미주한국시문회회 회장을 역임한 권 시인은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펜과 문학’ 2회 추천 완료로 등단(2000)했다. ‘가산 문학상’ 대상(2006), 윤동주 서시 해외작가상(2017), 배정웅문학상(2020) 등을 수상했다. <정영희기자> 권귀순 시인, 영한시집 ‘Blister(물집)’ 출간 - 미주 한국일보
권귀순 시인, 영한시집 ‘Blister(물집)’ 출간 conten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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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2025년 4월 06일
In 열린 게시판
▶ 내달 19일 VA서 시상식 김 레지나 수필가가 제 4회 최연홍 문학상 수상자에 선정됐다. 수필가로는 첫 수상자이며 수상작은 ‘엄마가 타는 유모차’ 외 두 편(‘유리창 너머’, ‘여우와의 화해’)이다. 김 작가에게는 상패와 2천달러의 상금이 수여되며 시상식은 4월 19일(토) 오전 11시 30분 설악가든에서 열린다. 심사위원회(권귀순, 김행자, 노세웅, 박양자, 서윤석, 유양희)는 “김 레지나의 작품은 삶을 통해 여과시킨 주제를 담백하고 진솔하게 표현해 독자에게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며 수필의 진수를 보여준다”며 선정사유를 밝혔다. 워싱턴 문인회 회장을 역임한 김 작가는 전남 광주 출신으로 ‘워싱턴문학 신인상’(2010)을 수상하며 문인회와 인연을 맺었다. 수도사대 국문과 졸업 후 교직에 있다 도미했으며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에딘버러 대학에서 회계학, 볼티모어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엘리콧시티에서 세무사로 활동 중이다. 최연홍 문학상 운영위원회의 권귀순 대표는 “최연홍 시인의 문학적 업적과 그 열정을 기리고자 시 부문에 한하던 것을 올해부터 수필 부문까지 대상을 넓히기로 결정했다. 최시인은 워싱턴 문인회를 창립해 초대문인회장을 역임했을 뿐 아니라 여행 에세이집 ‘코펜하겐의 자전거’를 포함해 다수의 수필도 썼기에 문인들의 요청에 따라 그렇게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문학상은 지난 2021년 1월 작고한 최연홍 시인의 삶과 시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이듬해 부인 최봉희 씨와 자녀 등 유가족들이 기금을 내 제정됐다. 제 1회는 이경희 시인, 2회 박양자 시인, 3회 최은숙 시인이 선정됐다. <정영희기자> 김레지나씨 ‘최연홍 문학상’ 수상 - 미주 한국일보
수필가 김레지나 님 제 4회 ‘최연홍 문학상’ 수상 conten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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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2025년 3월 28일
한국디카시인협회 워싱턴지부 창립식  conten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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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2025년 3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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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에서 당나귀를 기다림         계절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광화문사거리 모든 길은 책방 안으로 들어온다 그가 오기로 한 자리, 나무처럼 서서 기다린다 난로가 켜진 책방 안은 마른풀 냄새 가득하다 시계침은 고집 센 초식동물처럼 오후를 걸어가고 책갈피 속 해바라기들 서쪽으로 몸이 휘어진다 나는 나에게 김수영과 카프카를 뜯어 먹인다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송이들 문을 밀치고 들어온다 십자가 붉게 피는 골목 벌판 저 끝에서 오고 있을 당나귀를 기다린다 불빛 한 페이지를 뜯어 그에게 편지를 쓴다 기다림에 지친 발등이 부어오른다고 내 이마에 초승달이 뜨는 중이라고 눈은 푹푹 쌓이고 눈길을 걸어 흰 당나귀**가 올 것이다 생각이 많아 천천히 걷는 그가, 온몸이 詩인 그가 올 것이다     *김수영, 「눈」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당신과 듣는 와인춤       오른손 검지는 가장 깊은 음역의 詩다   그가 그녀 '파' 건반을 지그시 누른다   잠들었던 바다가 천천히 눈을 뜬다   바닷속엔 그가 연주하다 만 그녀 음색들이 산다   손가락이 닿을 때마다 물의 건반들이 하나씩 일어선다   한 옥타브 두 옥타브 왼손과 오른손이 교차한다   그가 그녀 내면 깊숙이 숨을 불어넣는다   잃어버린 말들이 발꿈치를 들고 스텝을 밟는다   무수한 밀어들이 숨어 있던 기억들을 조율한다   심해에 잠들었던 물고기들이 군무를 춘다   갇혔던 말들이 파! 숨비소리를 내며 물 밖으로 솟구친다   내 손엔 수만 개의 금맥이 산다   우리는 서로의 손끝에서 우주를 왕래한다 ​ ​ ​   물방울무늬 액자가 있는 방 (외 2편)       20여 년 나와 함께한 물방울무늬 액자가 있는 방* 이사하는 날 담장 밖에 내다놓았다 마음이 아려 잠이 오지 않았다 소나기 내린 다음날, 밤새 젖었을 텐데 얼룩은커녕 한층 투명한 얼굴이다 물방울 속 이야기 고스란히 간직한 채 일광을 즐긴다 물방울 속 어떤 얼굴은 가시처럼 보이고 어떤 놈은 공작새의 날개, 다이아몬드, 조약돌, 화살표 때로는 행진하는 군인처럼, 매미 떼로 또 어떤 날은 꽃밭으로 읽혔다 골목을 몰아가는 물의 도화선으로 보이다가 내 피를 몰아가는 피톨처럼 읽히다가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처럼 보이기도 했다 물방울을 거울삼아 들여다볼 때가 많았다 밝은 곳에서 보니 물방울이 매단 이야기들 내 영혼을 담은 자화상이 아닌가 햇살과 구름, 건너편 창문과 지붕들 지중해 바다를 품고 출렁인다 이 그림을 위해 화가는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을 보냈을까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수하며 자기만의 색깔을 찾으려 했을까 그도 난간에 매달린 채 운 적 많았을 것이다 소중한 줄 모르고 버리려 했던 물방울무늬 액자가 있는 방 그가 있어 내 미래가 밝음을 깨닫는다   *김창열 화백    ​ ​                —시집 『당신과 듣는 와인춤』 2024.12 ---------------------- 강성남 / 1967년 경북 안동 출생.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9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 「냄비 속의 여자」 당선. 2018년 「방아쇠수지증후군」 외 2편으로 제26회 전태일문학상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 현재 《포엠피플》 편집위원. 시집 『당신과 듣는 와인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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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2025년 3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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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션  강성남   8공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이곳은 세계 최고의 랜드마크시티가 될 것입니다 갯벌을 메워 도시를 세운 인천경제자유구역 달빛축제공원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시면 정면으로 보이는 가장 높은 건물이에요 3층 라운지에서 내리면 분홍 봉투가 보일 거예요 갖고 싶은 사랑을 골라 담으시면 됩니다 손만 내밀면 물결이 출렁이는 오션파크 하버뷰 바다는 무게가 아닌 물빛으로 분양가를 매겼다 오늘의 장세는 지중해가 원산지인 초록 킹크랩 사리와 조금, 간조와 만조 물수리와 쇠제비갈매기 모래 속에서 진주를 캔다 개펄에서는 물때를 잘 알아야 한다 바다의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한 건 엽낭게다 조그만 기척에도 재빨리 치고 빠져나간다 대왕문어와 주꾸미, 같은 연성동물인데 대출방식도 상환방식도 달랐다 피뿔고둥 껍데기가 집인 줄 알았던 우리는, 보트피플이 되어 한류성 난바다를 건너야 했다 인천 앞바다를 분주히 오가는 배들 요트인 줄 알았는데 고래였다 지느러미 싱싱한 상어들이 서해로 몰려든다 새로운 태양이 거대한 바다를 들어 올린다     우리 집 시계들은 시간이 저마다 달라요   #1 엄마, 지금 몇 시나 됐어요? 자명종이 울지 않아 늦잠을 잤어요 7시 13분이구나 엄마, 그 시계는 이미 오래 전에 멈추었다구요 그럼 지금이 몇 시라는 말이니? 거실 벽시계는  8시 13분인데 부엌 전자레인지는  8시 17분이에요 시계 밥 주는 걸 잊고 있었구나 어머, 이 시계는 네가 다섯 살 때 밥 줬는데 그새 15년이 지났단 말이니? 시간이 약이라면 쉬었다 가게도 할 텐데 휴대폰을 꺼 둔 게 잘못이에요  #2 엄마, 제가 아껴둔 시간 못 보셨어요 글쎄 어디로 숨었는지 찾아보렴 세탁기 속에 숨었는지 열어보렴 엄마,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거죠? 열 살 때는 스무 살을 기다리고 스무 살 땐 서른이 오기를 기다리지 서른엔 마흔이 되면 좀 더 자유로워질 거라 생각하지 얼른얼른 태어나야지무 럭무럭 자라야지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시간을 아껴야 하지 삶이라는 문은 항상 열려 있단다 밤사이 복숭아밭이 분홍으로 장관을 이루었구나  #3 시간을 아끼면 꿈을 이룰 수 있나요? 그럼그럼, 목표를 이루는 동안 행복이 따라오겠지 엄마, 지금 태평양 건너 마을에서는 트럼프가 앞서니 바이든이 앞서니... 트럼펫이 이기면 어쩌고 바이올린이 이기면 저쩌고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네요 일본이 원전수를 방류하면 인천 앞바다 색깔도 변할까요 집집마다 방사능 진단 키트가 필요하지 않겠니 시간이 가면 많은 것들이 변할 줄 알았는데 미얀마 봉제공장에서는 시다공 시급이 600짯이라는구나 소녀가장 손에 가계의 생계가 달렸다는구나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사랑해주렴 그런데 이 검정 스타킹에 누가 구멍을 낸 거야? #4 얘, 이 소리 들리니? 시간이 오는 소리 말이야 상당히 가까이 다가오는 이 소리 들리니? 사람들은 시간을 벌기 위해 일생을 바쁘게 뛰지 일생보다 금리가 높다는 연애에 대해 들어봤니? 저는 집을 떠날 때 돌아오지 않으리라 맹세했어요 맹세한다는 건 미련이 있다는 말 아니니? 맞아요, 사실은 무척 돌아오고 싶었어요 하지만 모두 미래만 기다리고 있잖아요 우리는 저마다 다른 시간 속을 건너고 있지 지구는 여전히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해는 날마다 동쪽으로 자리를 옮기지만 실은 한 번도 제자리를 떠난 적이 없단다 만월산 중턱에 서 있던 해가 주왕산 정상에서 떠오를지 누가 알겠니 서둘러라! 늦지 않게    강성남 / 1967년 경북 안동 출생.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2009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 「냄비 속의 여자」 당선. 2018년 「방아쇠수지증후군」 외 2편으로 제26회 전태일문학상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 현재 《포엠피플》 편집위원. 시집 『당신과 듣는 와인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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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2025년 3월 15일
In 열린 게시판
초여름에 들어선 작년 6월 초 어느 날, 외출에서 돌아와 차고를 열고 차를 세운 다음 집안으로 들어서려고 할 때였다. 어두컴컴한 차고에서 집안으로 통하는 문 옆에 있는 신발장 위에 무언가 보지 못하던 것이 갑자기 눈에 띄었다. ‘이게 뭐지?’ 하며 무심코 들여다보니 신문지로 둘둘 싼 것이었는데 맙소사! 신문지 사이로 크고 붉은 꽃송이가 삐죽 머리를 내밀고 있는 게 아닌가. 재작년 초가을 어느 주일, 성당 교우 한 분이 나를 주차장으로 데려가 신문지에 싼 아마릴리스 구근(球根)을 주면서 내년 봄에 심으면 꽃이 필 것이라고 했다. 그 구근을 받아 들고 집에 와서 차고 안에 있는 신발장 위에 던져 놓고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다. 게다가 작년 가을 이후 반년이 넘게 항암치료를 받느라 병원에 다니며 병치레 하느라 그 구근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지낸 지 오래였다. “그래 맞아. 작년에 얻어 와서 여기에 두었지… 깜빡 잊고 있었네.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라고 혼자 말하며 신문지에 싸인 구근을 환한 집안으로 가져와 바닥에 펼쳐보았다. 거의 여덟 달을 깜깜한 차고에서 숨만 쉬며 추운 겨울을 지낸 구근이 신문지 속에서 홀로 키워 낸 크고 빨간 꽃을 드러내었다. 꽃대는 짧지만 굵게 솟아 올라 있었다. ‘나 여기 살아있다고요!’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알아듣거나 말거나 나는 난생처음 꽃을 보며 “정말 미안하다 미안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잃어버린 자식이 집에 돌아온 것처럼 너무 기뻤다. 부엌에 있던 아내도 내가 신문지 위에 있는 꽃에 대고 미안하다고 소리치니 와서 보고는 “어머 정말 신기하네… 나도 깜빡 잊어먹고 있었는데”라고 말했다. 남편 병치레 돕느라고 어디 신경 쓰고 기억할 여유가 있었겠는가. “우리 집에서 제일 좋은 화분에 심어야겠네요”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빈 화분 중에서 제일 좋아 보이는 것 하나를 골랐다. 마침, 화분용 흙이 남은 게 있어 이 영양가 풍부한 흙을 담은 후 아내와 함께 차고 밖에 신문을 펼쳐 놓고 꽃이 핀 구근을 정성껏 심어 집안으로 데려왔다. “너는 우리 집에서 제일 좋은 곳에 놓일 자격이 있지”라고 말하며 햇빛을 마음대로 볼 수 있는 거실 옆 별실의 유리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동안 어둠 속에서 지낸 그에게 조금이라도 보상을 해주는 마음으로. 어둠 속에서 피운 꽃인데도 그 붉은 색은 너무나 진하고 생동감이 넘쳤다. 그리고 가만히 다가가 들여다보니 정서가 메마른 나이 많은 남자인 내가 보아도 너무나 아름다웠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남자가 꽃 한 송이를 보고 눈물이 나다니. 오래 아프다보니 마음도 약해졌나. 진한 빨간색의 아마릴리스에게 나는 진홍(眞紅)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진홍은 옛날 조선시대의 야담(野談)에 나오는 기생(妓生)의 흔한 이름이지만 내가 꽃에 이 이름을 붙여준 것은 진심이다. 아마 평양기생 진홍도 우리 집의 아마릴리스 진홍처럼 화려하고 꿋꿋하고 아름답지는 못했을 것이다. 재작년 가을, 항암치료를 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아무 말도 못 하고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고 병실 바닥만 쳐다보던 병원에서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반년 이상 열두 번의 항암 치료를 받으며 아무 데도 못 가고 집에서 유배 아닌 유배 생활을 했던 나의 신세나 어둠 속의 차고 안에서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있던 진홍이의 신세가 다를 것이 무엇이랴. 신문지에 싸여 어두운 차고에서 추운 겨울을 나고 죽지 않고 살아서 기어이 꽃을 피운 진홍이가 내 곁에 다시 온 것은 오랜 치료가 끝나고 암이 사라졌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은 지 며칠 되지 않은 후였다. 나태주 시인이 그랬다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고. 그러나 나는 진홍이에게 말했다. “대충 보아도 예쁘다 잠깐 보아도 사랑스럽다 네가 그렇다”고. <최규용 워싱턴 문인회> http://www.koreatimes.com/article/155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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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2025년 3월 15일
In 열린 게시판
영하의 출근길, 신호등에 멈춰 건너편 숲을 보니 빈 나뭇가지들 사이에 새벽달이 걸려 있다. 일월의 보름달, 울프문(wolf moon)이다. 눈에 갇힌 배고픈 늑대들이 한겨울의 보름달을 향해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북미 인디언들이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어젯 밤 한 살 반짜리 손녀를 안고 창 너머로 올려다 보던 그 달인데 밤 사이 창백해져 있다. 해와의 거리가 멀어진 까닭이리라. 신호등이 바뀌어 좌회전을 하고 다시 만난 신호등에서 또 한번의 좌회전을 하면서 보니 멀리 동편 숲으로 빠알간 해가 떠오르고 있다. 동쪽으로는 색을 터트리며 떠오르는 해가 있고 서쪽으로는 색을 잃어버리고 고요히 지는 달이 있다. 고속도로로 접어든 후 가속페달을 밟으면서도 서쪽으로 이울던 달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새벽의 같은 풍경 속으로 출근한 지 이십오 년이 넘어가고 있다. 늘 같은 방향에서 떠오르는 해를 만나고 숲을 지나 큰길을 잠시 타다가 다시 작은 길로 빠진다. 같은 길에서 같은 사물과 풍경을 만나는데 그것들을 스치면서 드는 생각이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부유하듯 떠오르는 해를 보면 일몰의 풍경이 겹쳐 떠오른다. 촘촘히 뚫고 나오는 싹의 오묘한 발아가 연두의 숲을 채우는 걸 바라보면서 동시에 그것들을 다 떨구고야 말 빈 숲의 정적이 미리 느껴진다. 물론 나이 탓이리라. 새벽의 텅 빈 상가 건물 파킹랏으로 들어선다. 불이 켜진 곳이라고는 코너에 있는 베이커리와 우리 세탁공장뿐이다. 보일러실 연통에서 나오는 연기가 되직한 걸로 보아 이미 두어 탕 정도의 드라이머신이 돌아간 후인 것 같다. 공장 안으로 들어서니 프레서들이 구석 원탁에 둘러앉아 아침을 먹고 있다. 플랜테인 튀김을 먹는 야렛과 루뻬는 멕시코 출신이다. 페루에서 온 휠로메나는 아침부터 빠차망카를 먹고 있다. 작은 키에 땅딸한 몸매, 지게 놓고도 A자를 모르는 영어 실력이지만 사는데 큰 지장은 없어 보인다. 셔츠 다리는 일을 끝내고 나면 건물 청소를 하러 똥줄기가 빠지게 내빼는 뒷모습이 귀여운 친구다. 프레서 중 유일한 남자인 호세는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일어서더니 바지 다리기에 열중이다. 날쌘 그의 손 끝으로 다려낸 바지에서 김이 난다. 처음 이 사업을 할 때 블라우스를 다리던 분은 한국분이셨다. 며칠 전에 그분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기별을 받았다. 오랜동안 세탁업을 하다보니 가끔 단골손님들과도 영원한 이별을 한다. 배우자로부터 듣기도 하고 자식들이 찾아와 부모님의 세탁비를 지불하면서 정중하게 도네이션을 부탁하기도 한다. 직원이었던 분이, 그것도 힘든 프레스를 하시던 분이 세상과 작별하셨다는 소식은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분이 쓰시던 낡은 프레스 기계를 자꾸 쳐다보게 만들었다. 캐쥬얼화되는 복장과 팬데믹 이후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로 세탁업은 쇠락해 가고 있다. 한국인의 깔끔한 근성은 세탁업과 잘 맞았다. 다림질로 시작한 윗세대들의 기반이 경영으로 이어졌고 큰도시 대개의 세탁소들은 한국인들이 하고 있다. 공장 뒷켠 어딘가의 공간에서 먹고 자란 아기들도 있었다. 학교가 파하고 나면 그 자리에 작은 탁자 하나를 놓고 숙제를 하던 아이들은 이제 모두 성장했다. 미국의 공교육과 삶의 현장교육을 병행해 받고 자란 그들은 이제 이 나라의 튼튼한 주류 직업군으로 스며들고 있다. 유대인이나 이탈리아인들에게서 넘어온 이 사업은 이제 다른 민족에게 넘어갈 수순으로 보인다. 루뻬가 노래를 부른다. 말수가 없는 그녀의 원래 이름은 와다루뻬이다. 그녀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오후가 되었다는 뜻이다. 고된 노동의 지루함으로부터 해방되는 방법으로 그녀는 주술처럼 노래를 부른다. ‘새벽녘 날은 밝아오는데 나는 달리고 있었죠 태양빛이 물들기 시작하는 하늘 아래로. 태양이여, 내 모습 드러나지 않게 해다오. 이민국에 드러나지 않게 해다오. 어디로 가야 하나 어디로 가야 하나‘ 돈 데 보이로 시작한 그녀의 노래는 빠른 템포의 라쿠카라차로 넘어간다. 생존력의 노래, 바퀴벌레라는 천시받는 존재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드러낸 역설의 노래 라쿠카라차를 부르는 그녀의 손이 점차 빨라지고 있다. 옷의 얼룩과 구김을 없애주는 곳이 세탁소이다. 어제의 나쁜 흔적을 지우고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향해 꿈꾸며 나갈 수 있도록 채비를 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계절과 관계없이 뜨거운 열기 속에서 일을 한다. 사우나를 방불케 하는 환경 속에서도 누군가의 꿈을 다려주기 위해 뜨거운 다리미들이 움직인다. 불필요한 물질의 미립자가 섬유에 튀어 들어가 만드는 것이 얼룩이다. 얼룩은 묻은 즉시 제거하는 것이 좋다. 부드럽게 다뤄야 사라진다. 대개의 얼룩은 씨실과 날실 사이로 미세하면서도 강한 물바람을 분사시켜 털어낸다. 케미컬을 바른 다음 가볍게 두들기며 달래서 제거하기도 한다. 어떤 케미컬에도 녹지 않고 섬유에 얽혀 들어가 한사코 빠져 나가기를 거부하는 얼룩이 있다. 불용성 얼룩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의 삶에도 가끔 얼룩이 생긴다. 그 얼룩이 침착해 자리를 잡기 전에 무언가 부드러운 대상을 만나 지워내야 한다. 사소한 얼룩도 지우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나면 가장자리가 선명해지고 짙어져 불용성이 된다. 가슴 밑바닥으로 가라앉아 삶을 무겁게 만든다. 삶의 불용성 얼룩을 지울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섬유에서 얼룩을 빼는 방법처럼 사랑으로 용해시킨 다음 토닥여주는 포용만이 그 얼룩을 없앨 수 있으리라. 오늘 밤에도 울프문은 다시 떠오를 것이다. 지상의 가난한 것들에게 자신의 온기를 나눠주고 사라질 것이다. 오래 전 리오그란데 강을 건너온 루뻬가 잠든 지붕 위에도, 아홉식구 한집에 사는 야렛네 지붕 위에도 그 달빛은 앉았다 갈 것이다. 달은 칠십이 다 된 어깨로도 누군가의 꿈을 다려주며 고단한 생을 사셨던 그분의 묘지 위에 오래 머물 것이다. 노오란 제 살을 다 풀어 담요처럼 덮어주고 한참을 앉았다 갈 것이다. <김용미 워싱턴문인회> http://www.koreatimes.com/article/155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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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2025년 3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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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문인회 영문학회 ▶ 김영기·황보 한·이광미씨 시낭독회 참가, 작품 낭송 지난 15일 애나폴리스 소재 세인트 존스 칼리지에서 열린 시 낭독회 행사에서 워싱턴 문인회의 황보 한 박사(왼쪽부터), 이광미 영문학회장, 김영기 이사장이 한국 정서가 담긴 영문시를 소개하고 있다. 워싱턴 문인회 산하 영문학회(회장 이광미) 회원들이 애나폴리스 소재 세인트 존스 칼리지가 개최한 시낭독회에서 자신들의 영문시를 낭송하며 미 주류사회에 ‘K-포엠(Poem)’을 널리 알렸다. 행사는 이 대학 ‘시인들의 대화방(Poets in the Conversation Room)’ 시리즈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이 시리즈에서는 세계적 수준 저명 시인들의 작품이 소개되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에 캠퍼스 내 멜론 홀에서 열린 낭독회에는 문인회의 김영기 이사장, 이광미 영문학회장, 황보 한 박사(우주공학)가 자작품을 낭독했다. 김영기 이사장은 ‘천도복숭아 Peach of Immortality’와 ‘한글 The Korean Alphabet’을, 이광미 영문학회장은 ‘다듬이질 Beating Cloth of the Fulling Stone’과 ‘새가 되어 오신 어머니 Mother Returns as Bird’, 황보 한 박사는 시 ‘노인과 소년 An Old Man and a Boy’ 및 단편소설 ‘귀향 Going Home’의 발췌문을 영어로 낭독했다. 김영기 이사장(조지 워싱턴대 명예교수)은 “우리의 글이 미국 문인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우리의 얼과 힘을 조금이라도 세상에 보여준 것 같아 기쁘다. 한인들의 창작 활동이 주류사회에서 미국문학의 일부로 인정을 받았다”며 “영문학회의 다음 프로젝트인 시조집 출판 가능성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자 3인 외에도 5명(임정현, 박숙자, 박현숙, 서윤석, 송윤정)의 영문학회 회원이 행사 후 학교 서점에서 지난해 영문학회가 발간한 첫 문집 ‘Songs in a Second Language: An Anthology of Korean American Literature (제2 언어로 부른 노래: 미주 한인 문학선집)’ 사인회 및 독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 책은 이날 20권이 판매됐다. <정영희 기자> http://www.koreatimes.com/article/1552781
MD 세인트 존스 칼리지에서 ‘K-포엠’ 널리 알렸다 conten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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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2025년 3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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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숙씨가 상을 받은 후 자신의 입상작 ‘눈으로부터(From snow)’ 앞에서 기뻐하고 있다. 믹스드미디어 작가이며 동양화가인 김명숙씨가 하워드 카운티 예술위원회가 매해 봄 행사로 개최하는 ‘희망의 꽃송이들(Blossoms of Hope)’ 공모전에서 ‘Director’s Choice Award’를 수상했다. 겨울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분홍과 흰 매화를 담은 ‘From snow’로 입상했다. 올해는 특히 ‘희망의 꽃송이들’ 20주년 행사로 수천의 공모작품 중에 200명의 500점이 선정됐다. 입상작 전시회는 지난 14일 개막돼 내달 30일까지 카운티내 14개 장소(갤러리, 칼리지, 커뮤니티센터)에서 계속된다. 워싱턴한미미술가협회 회장을 역임한 김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미대 학사, 교육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클리블랜드 미술대학원에서 석사를 받았다. 메릴랜드 콜럼비아 아트 센터, 하워드 카운티 아트 센터, MICA에 출강했으며 2011년부터 하워드 카운티 예술 센터의 레지던시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시조시인으로 워싱턴 문인회 회원이기도 하다. 작품전 축하 리셉션은 내달 13일(목) 오후 6시 하워드 커뮤니티 칼리지내 예술 센터에서 열린다. 문의 (410)236-4303 <정영희 기자>
김명숙 작가, 하워드카운티예술위 공모전 ‘디렉터 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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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선
2025년 3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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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호 시인 워싱턴 문인회 시문학회 회장인 윤석호 시인(61)이 제 5회 시산맥 창작기금 수상자에 선정됐다. 윤 시인은 ‘신발을 위한 변명’ 외 여러 편의 근작시로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시산맥 측은 심사평에서 “입상작들은 등단 10년이 넘은 윤석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원고이다. 이민자의 생활에서 오는 삶의 언어들은 첫 시집을 통해 벗어버렸다. 그 후 시인의 시편들은 현대적인 감각과 서정의 깊이를 부드럽게 다스려왔으며 그 솜씨가 돋보였다. 그만큼 시에 대한 염원이 컸을 것이다. 이번 시집을 통해 또 다른 시 세계로 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윤석호 시인은 11일 “두번째 시집은 현재 최종 마무리를 하는 중이다. 시집 제목도 아직 정해지지 않아 이달 안으로 결정한 후 출판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제5회 시산맥창작기금 지원 공모에는 총 24명이 지원해 윤석호 시인 외에 김옥전 시인, 성금숙 시인 등 총 3명이 선정됐다. 이들에게는 150만원씩의 상금이 수여된다. 부산 출신의 윤 시인은 부산대 기계공학과 졸업 후 기계설계 엔지니어로 일하다 미국으로 이민왔다. 시애틀에 거주하다 몇 년전에 메릴랜드로 이사왔다.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2014) 및 미주 한국일보 문예전(2010) 등에서 입상했으며 시집 ‘4인칭에 관하여’(2020)가 있다. <정영희 기자> http://sf1.koreatimes.com/article/20250312/1555606
문인회 윤석호 시인 ‘시산맥 창작기금’ 수상 conten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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