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가 없던 시절, 어머니의 시계는 자연이었다. 아침은 뒤란의 새가 물어오거나 수탉의 목청이 불러왔다. 해가 서편으로 옮겨가면서 시작되는 처마그림자가 하오를 알렸다. 뜰팡을 내려선 그림자는 시나브로 키를 늘리며 시간을 귀띔해 주다가 저녁 지을 시간을 알리고 돌담 너머로 사라졌다. 쏙독새가 울면 밤이 깊었으니 잠도 깊이 들라는 신호였다.
우리집에 처음으로 생긴 시계는 괘종시계였다. 그 시계가 안방 벽에 걸리고 나서도 어머니는 그림자시계를 더 의지하고 살았다. 내가 처음으로 시계를 향해 기다림을 배운 시각은 저녁 다섯 시였다. 어린이 라디오방송이 시작되는 시각었다. 밖에서 놀다가도 문득 고샅으로 퍼지는 저녁연기의 흐름이나 떼지어 나는 찌르레기를 보고 다섯 시를 가늠했다. 언덕에서 곤두박질치듯 집으로 달려와 놋대야 속의 따뜻한 물에 손 담그고 라디오방송을 듣던 시간, 그때는 날마다의 다섯 시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라는 걸 몰랐었다. 시간이란 무한하고 달콤한 것인 줄만 알았다.
혼자 도시로 나가 학교에 다니면서 나의 시간을 알려 주던 시계는 사발시계라고 부르던 자명종시계였다. 아침마다 난타되는 알람소리에 소스라쳐 일어나면서 시간이란 유한한 것이라는 깨달음이 시작되었다. 산기슭에 피고 지는 싸리꽃이나 칡꽃을 보고 씨앗의 파종시기를 가늠하며 살던…
시애틀 통일문학상은 고국을 떠나 디아스포라로 살아온 재외동포들의 시선으로 가슴 한 구석에 늘 품고 살었던 분단된 조국을 바라보고, 그리움과 정체성, 통일에 대한 사유를 문학으로 기록하고자 제정되었습니다. 이 문학상은 국경을 넘어 살아온 삶의 경험을 통해 통일을 차가운 정치적 담론이 아닌 인간의 서사로 확장하며, 전 세계에 흩어진 우리들의 이야기를 문학으로 서로 보듬고 연결하는 이 여정에 ‘재외동포‘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메디컬 의사 및 의대 교수(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 의대)로 40여년 가르치다 은퇴한 정문자 시인이 한영 디카시집 ‘내 마음속의 불꽃놀이’를 펴냈다.
이번 디카시집은 모두 5부로 나뉘어 각기 12편씩, 총 60편이 수록됐다. 5부의 소제목 ‘삶의 환기_자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_가족’ ‘동물과의 교감_동행’ ‘나무들의 대화_격려’ ‘영혼의 빛을 향하여_은총’ 아래 디카시로 쓴 은혜로운 세상살이의 방정식이 ‘형형색색의 피고지는 불꽃 같은 삶’을 전한다.
서문에서 정 시인은 “나뭇가지에 걸린 그믐달을 보며 삶을 돌아본다. 분명 나도 떠오르는 초승달과 성실로 이룬 동그란 보름달의 시기를 지나, 이제는 저물어 가는 그믐달의 삶을 살고 있으리라. 차츰 작아지는 달과 같은 내 삶은 여행을 즐기고, 느지막이 시작한 글쓰기는 새로운 삶의 기쁨을 안겨준다”며 “틈틈이 쓴 것을 모아 작품집을 낸다. 각자의 삶이 어떤 시기에 있는 달이라도 더 아름답고 희망차게 떠 있을 수 있다”고 썼다.
김종회 문학평론가(한국디카시인협회 회장)는 “정 시인의 디카시는 올곧고 세미한 성품을 반영하여 대상에 대한 관찰이 적확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동시에 서정적 감성을 놓치지 않는다”고 평했다.
코끝 매운 나날입니다.
평안하시지요?
팽팽한 시간 도려내어
소식 전해주시니
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