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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하늘을 향해 달리다가


스쿨버스를 운전하기 시작한지 두 학기 째다. 오늘 아침 운행을 나가면서 유독 눈에 든 것이 가득 찬 달이었다. 아침에 달이 웬말일까 싶지만, 보름에 반나절 모자란 달이 서쪽 하늘에 몸을 기대고 로키 산자락을 더듬어 넘는 모습이 너무 유정(有情)했다. 하얗고 큼지막한 그것에 거꾸로 쪼그려 앉은 토끼의 두 귀가 짙고 선명했다.

어제부터 순서가 바뀐 노선 때문이다. 처음 태워야 하는 아이가 스쿨버스 터미널에서 서쪽으로 이십여 분을 달려야 하는 길이라 달이 산맥을 타고 넘어 숨는 시간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바라볼 수 있었다. 태생이 올빼미인 내 습관 탓에 이런 절경을 목격하기란 참 어려운 일인데, 이렇게 아침의 죽순 같은 여리고 신선함을 맛볼 수 있게 된 일이 참 신기하다. 삶이란 두고 볼 일이다.

밤을 지새며 한 곳으로만 달렸을 달이련만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다. 동쪽의 지평에 오른 태양의 빛에 몸을 씻고 찬찬히 침실로 드는 그를 보고 있노라니, 나보다 착한 한 동료가 전체 운전사들에게 무전을 친다. “커다란 달이 록키산맥 뒤로 넘어갑니다. 너무 아름다워요. 놓치지 마세요들!” 또 다른 동료가 대답한다. “아, 고마워요, 정말 아름다워요!”

아이들을 Coal Ridge Middle School에 내려주고 다음 노선을 나서는데 달이 있던 그 자리를 비워 두기 싫었는지 색동옷을 입은 열기구 하나가 떠 있다. 열기구 쯤이야 콜로라도의 하늘에선 흔한 일이지만, 차가운 백색광의 보름달이 뜨거운 백색광의 해에게 내어준 자리를 색동옷의 열기구가 잠간 빼앗는 이런 형국을 목격하기란 참 쉽지 않다.





11회 조회
정혜선
정혜선
08 sept.

삶이란 두고 볼 일이죠~ 제가 어릴 때 여행하며 사랑했던 나라, 우즈베키스탄에 와서 살게 될 줄 어찌 알았겠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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