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국 시인 동주해외신인상 수상작 읽기
주기율표의 빈자리
-흩어진 나를 원소로 묶어 보기
숨 쉴 때마다
내 안의 수소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이미 젖어버린 세포로 나열된 나는
조금씩 분해된다
나트륨에 젖은 파도는
내 그림자의 감정을 밀어내는 걸까?
밀려날 때마다 묻는 몸짓으로
금 간 내 틈을 남몰래 채운다
하루살이처럼 짧은 내 산소를
어디로 보내야 하나?
그냥 내 공허 하나 내줄까?
그러다 이렇게 되묻는다
산소는 필요한 건가?
부유하는 헬륨의 기억 속에
떠도는 헐거워진 손길
Ek-
다시 내 원소들을 탄소에 묶어
내 빈자리의 윤곽을 스케치한다
반복적인 틈새에 갇힌 세월들
눈물은 너와 나를 녹여
섞은 융합의 결정체
흘러야 내 품에 빈칸 하나 생긴다
그 안에 내가 마르고 있다
그 결 위로 드리운 노을의 핏줄이 철철 번진다
Ek-
알려진 바 없는 원소의 이름을 짓는 중이다
네 품 안에서 고장 났어
나는 차갑지만 고장난 건 아니야
고도에서 희미한 너를 전부인 너를 관찰한다
날개 없는 프로펠러는 내 반복된 감정을 돌린다
너에게서 아늑해질수록 철의 무게는
너에대한 느낌을 금지하고 단지 기억만을 남긴다
나는 허풍을 머금은 파도의 거품과
호기심 가득한 나비의 몸짓을
아름답다고 하지 않아 단지 기록할 뿐
백지를 가득 채운 창공에서
기록은 보관일 뿐
감정은 번역될 수 없어
네가 올려다보기 전 너는
미세한 점이었고 지워지지 않는 외로움이었다
그런데 왜인지 내 기억에 찍힌 너의 껍질들
위로의 손을 뿌리치는 손들
자기 얼굴을 가린 손들
쓸모없는 카드가 꽂혀있는 지갑들
보지 말아야 할 것은 클로즈업된다
전원이 빠지고 렌즈의 동공이 흔들리는
노을 가는 어지럽기만 하다
감정이 사라진 지도 위,
도시의 아득한 손끝으로 너의 자국을 닦았다
렌즈 표면으로 떠오른 해는
나의 경계선에 대해 단 하나의 답도 하지 않았다
단지 아래만 바라볼 뿐이야
나를 엿보기 위해 너는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구나
내가 너를 보여준 적 있던가
산등성이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배를 보여주고
들판으로 시선을 돌리면
쏟아지는 옥수수의 노란 의문들이 출렁이는걸
그 옆에 피어나는 신기루 꽃 한 송이의 실루엣
렌즈가 마치 놀란 너의 눈처럼 떨린다
징...징... 기계 소리
너에게 감염된 배터리는 서서히 빠져나간 듯
우리 사이의 금지 구역이 서며시 좌표에서 벗어났어
추억은 재생 속에서 비상 착륙한다
나는 너를 재생 중
네 품 안에서 고장 났어



보기에도 먹음직한 시 의 열매,
축하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