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청년실업/김미원

최종 수정일: 2024년 4월 10일

  청년실업 


                                 김미원



눈을 감은 채 긴 숨으로 아침을 맞는다

오늘도 할 일이 없을 것 같은

불안에, 서둘러 컴퓨터를 켠다

몸의 온 세포는 전화기에 쏠리고

울리는 건 주책없는

끼니때라고

배에서 나는 망할 놈의 소리


민망한 낮이 슬며시 지났다


죄 없는 공기에 거친 숨으로 속내를 보이고

수심 찬 얼굴 위로 노을이 들 때

주책없는 배는

또 끼니때라고

부끄럼 없이 그 망할 소리를 낸다


보잘것없는 경력이 부끄러워

정성 다해 만든 이력서를 보내고 나면

어느덧

할 일 없던

하루가 서럽게 지나간다


속절없이 하루의 끝이 보일 때쯤


어머니의 인기척에

잠든 척 등을 돌리고 코를 곤다

나의 손을

나의 산 같은 등을

토닥토닥 쓰다듬으며

잘 될 놈,

잘 될 놈

그녀 또한 혼잣말인 척한다


(미주한국일보 시 입상작)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코이(koi)의 법칙/김미원

코이(koi)의 법칙 김미원 코이라고 불리는 비단잉어는 잉엇과의 물고기로 색이 화려해서 주로 관상어로 키우는데 특이한 점이 있다고 한다. 그 물고기를 집에서 작은 어항으로 키우면 5cm~7cm까지 자라고   수족관이나 연못처럼 큰...

 
 
 
시어머니의 90세 생일/김미원

시어머니의 90세 생일 김미원 시어머니 생일이 내일이다. 그것도 90세 생일이다. 이런 나이가 되면 선물도 의미 없기에 좀 더 의미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 나는 글을 쓰는 작가, 또한 캘리그래퍼이기 전에. 난 시어머니를 사랑하는 며느리로서...

 
 
 

Comments


워싱턴문인회 로고_edited.jpg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