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김미원
- 정혜선
- 2024년 2월 27일
- 1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4년 4월 10일
청년실업
김미원
눈을 감은 채 긴 숨으로 아침을 맞는다
오늘도 할 일이 없을 것 같은
불안에, 서둘러 컴퓨터를 켠다
몸의 온 세포는 전화기에 쏠리고
울리는 건 주책없는
끼니때라고
배에서 나는 망할 놈의 소리
민망한 낮이 슬며시 지났다
죄 없는 공기에 거친 숨으로 속내를 보이고
수심 찬 얼굴 위로 노을이 들 때
주책없는 배는
또 끼니때라고
부끄럼 없이 그 망할 소리를 낸다
보잘것없는 경력이 부끄러워
정성 다해 만든 이력서를 보내고 나면
어느덧
할 일 없던
하루가 서럽게 지나간다
속절없이 하루의 끝이 보일 때쯤
어머니의 인기척에
잠든 척 등을 돌리고 코를 곤다
나의 손을
나의 산 같은 등을
토닥토닥 쓰다듬으며
잘 될 놈,
잘 될 놈
그녀 또한 혼잣말인 척한다
(미주한국일보 시 입상작)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