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모코*를 위하여
- 정혜선
- 1월 1일
- 1분 분량

도모코를 위하여
정혜선
나는 몇 살이에요?
도모코는 물었을 것 같다
자랄수록 구부러지는 불구의 몸을
어미의 속살에 기대며
열여섯 살 딸의 몸
껴안아 씻기는 동안
물소리에 섞이는 손길은 성호를 긋는 듯
신의 암호를 해독하려는 듯
엄마는 여래(如來) 같은 표정
산호초가 썩고 물고기 몸통이 비틀어질 때도
순진한 바닷사람들 얼굴 그러했다고
바다를 머리에 이고 잠들던 사람들
생선살을 발라 먹던 천진한 여인이 기형아를 낳던 밤
수은중독으로 사지를 떨며 물 한 모금 남의 도움 없이 마시지 못하는
육신은 죽음의 출소일만을 기다리는 감옥이 되었다
볼티모어 해안의 정박한 잠수함 옆에 섰다
방파제에 몰려드는 빈 콜라병과 샌드위치봉지
기름에 튀긴 치토스과자가 잘린 손가락처럼 둥둥 떠다닌다
미나마타에서 보낸 메시지는 수취인을 잃었나?
스물한 살에 죽은 도모코가 오늘의 우리에게 보내는 신호
미나마타 심해에서 잠망경 드리우고 간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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